메타버스에서 만나는 새로운 기회 잡월드ON

메타버스 전문가 / 성균관대학교 기계공학부 최재붕 교수

메타버스에서 만나는 새로운 기회: 메타버스 시대가 열리고 있다. 하지만 청소년과 부모 모두 아직은
메타버스가 낯설다. ‘문명을 읽는 공학자’ 성균관대학교 기계공학부 최재붕 교수는
‘두려워하지 말고 메타버스를 열린 마음으로 공부하다 보면
새로운 세상과 기회가 열릴 것‘이라고 조언했다.; 글 심우리, 사진 배주영

메타버스에서 만나는 새로운 기회: 메타버스 시대가 열리고 있다. 하지만 청소년과 부모 모두 아직은
메타버스가 낯설다. ‘문명을 읽는 공학자’ 성균관대학교 기계공학부 최재붕 교수는
‘두려워하지 말고 메타버스를 열린 마음으로 공부하다 보면
새로운 세상과 기회가 열릴 것‘이라고 조언했다.

글 심우리, 사진 배주영

인류가 맞은 디지털 혁명의 물결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사람들의 생활 방식을 180도 바꾸어놓았다. 유튜브, 넷플릭스 등 동영상 콘텐츠 이용자가 늘고 은행 대신 스마트폰 뱅킹을, 외식 대신 배달앱을 이용했다. 불가능하다고 여겼던 재택근무, 비대면 교육은 일상이 되었다. 내몰리듯 경험하게 된 디지털 신세계는 우리에게 새로운 문명의 이점에 눈뜨게 했다. 인류는 디지털 기술에 기반한 새로운 표준 사회, ‘뉴노멀(New Normal)’을 선포했다. 뉴노멀의 표본이자 중심이 바로 디지털 신대륙 ‘메타버스’다.
메타버스 전문가, 성균관대학교 기계공학부 최재붕 교수는 “앞으로 인류는 디지털 신대륙에서 일상의 많은 시간을 보내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온라인으로 쇼핑을 하고, SNS로 소통하는 단계를 넘어 우리 삶의 많은 부분이 메타버스 안에서 이루어질 것이라는 뜻이다.

“메타버스는 초월을 뜻하는 ‘meta’와 세계를 의미하는 ‘verse’의 합성어로, 현실과 디지털 기술이 결합된 초월적인 가상 세계를 뜻합니다. 궁극적으로 디지털 세계에 존재하는 모든 상상의 공간을 메타버스라고 칭할 수 있어요. 그 안에서는 ‘내’가 ‘아바타’로 살아갑니다. 그런데 ‘아바타’는 나의 사회적 자아와는 달리 무한한 가능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시공간의 제약을 받지 않고 타인과 소통할 수 있고 자유자재로 나만의 세상을 만들어갈 수 있습니다.”

디지털 신인류 ‘포노 사피엔스’의 가능성

성균관대학교 기계공학과를 졸업하고, 캐나다 워털루대학교에서 석·박사 학위를 취득한 최재붕 교수는 일찌감치 디지털 세계에 눈을 떴다. 워털루대학교가 IT 분야를 강조하는 분위기이기도 했지만, 그의 다양한 학문에 대한 왕성한 호기심도 한몫했다. 최재붕 교수는 국내로 돌아와 인문학, 사회학, 심리학 분야와 디지털을 연결 짓는 융합 연구를 진행했다. 2010년 아이폰이 나오며 스마트폰이 대중화되기 시작하자 그의 디지털 문명에 대한 관심은 더 깊어졌다.

“이제 스마트폰 없이는 살 수 없는 시대잖아요. 스마트폰은 신체의 일부와도 같습니다. 궁금한 것이 생기면 스마트폰을 통해 정보를 얻고, 음식도 주문하고, 쇼핑을 하기도 해요. ‘포노 사피엔스(phono sapiens)’라고 불리는 디지털 신인류의 탄생인 거죠.”

메타버스를 비롯한 디지털 문명에 대한 최재붕 교수의 저서들.

최재붕 교수는 2019년 <포노 사피엔스>를 시작으로, 2020년 <CHANGE 9>, 2022년 <최재붕의 메타버스 이야기> 등 디지털 문명에 관한 저서를 꾸준히 선보이고 있다. 그중에서도 30만 부 넘게 판매되며 큰 화제를 모은 <포노 사피엔스>는 스마트폰을 신체 일부처럼 사용하는 신인류, ‘포노 사피엔스’를 통해 디지털 기술이 인류 문명에 미친 영향을 설파했다. 덕분에 ‘문명을 읽는 공학자’라는 별칭까지 얻으며 4차 산업혁명 전문가로 인정받았다.

“2014년부터 ‘4차 산업혁명과 포노 사피엔스’라는 주제로 강연을 다니기 시작했는데, 당시에는 대수롭지 않게 듣는 분들이 많았어요. 오히려 자녀가 SNS나 유튜브에 빠질까 봐 아예 인터넷을 못 쓰게 하는 부모도 많았으니까요. 집에서 인터넷으로 수업을 듣게 된 지금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죠.(웃음)”

메타버스에서 만나는 새로운 기회

메타버스는 지금까지 없던 신세계다. 그만큼 이용자의 소비 행태도, 세계관도, 그들이 만드는 문화도 현실 세계와는 다르다. 주요 이용자도 MZ세대이다 보니 기성세대들은 메타버스에 쉽게 접근하기가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인지 부모들은 자녀가 스마트폰에 중독되는 건 아닐까 걱정이 크다.
“부작용이 많다는 이유로 무조건 스마트폰 사용을 규제하는 것이 옳은 길은 아니에요. 자녀의 미래를 위해 디지털 역량을 마음껏 펼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주고, 부모도 메타버스와 디지털 세계를 공부해야 합니다. 새로운 세대의 문화를 체험해보는 것만으로도 자녀와의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기 때문이죠.”
아이들이 메타버스라는 신세계를 체험하고, 이를 통해 자신의 꿈을 넓혀갈 수 있도록 다양한 기회와 방향을 제시해 줄 필요가 있다는 것.

“드라마 피디를 꿈꾸는 청년이 있어요. 이 친구가 실제로 드라마를 제작하려면 수많은 스태프를 꾸리고 배우를 섭외하고 촬영 장소를 대관해서 촬영한 후 편집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선 큰 규모의 예산이 필요하고 시공간의 제약으로 촬영이 불가한 부분도 있을 겁니다. 그런데 메타버스 플랫폼에선 이 모든 게 가능합니다. 전 세계의 이용자가 시청할 수도 있고요. 메타버스 플랫폼에 게임을 만들려면 게임의 무대가 되는 월드를 설계할 건축가, 게임을 풍성하게 만들어 줄 시나리오 작가, 사용자의 재미를 더하는 이벤트 기획자가 필요합니다. 즉 메타버스 플랫폼으로 건축가, 작가, 기획자가 되어볼 수 있다는 뜻이죠. 부모가 긍정적인 마인드로 응원해준다면 자녀는 메타버스 플랫폼 안에서 자신의 재능을 마음껏 뽐내며 미래 시대에 큰 역할을 할 수 있는 인물로 성장하리라 생각합니다.”

최재붕 교수는 그럼에도 걱정이 사라지지 않는다면 글로벌 IT 기업 메타의 CEO 마크 저커버그나 카카오의 창업자 김범수를 떠올려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세계적인 디지털 플랫폼 기업의 창업자들도 디지털 세계에 몰입하며 그곳에서 비즈니스 가능성을 엿보았다. 로블록스나 제페토 같은 메타버스 플랫폼을 통해 성공한 사업가가 된 MZ세대도 적지 않다. 새 시대의 경쟁력은 실력과 팬덤이다.

메타버스 세상의 중심도 인간이어야 한다

일상에서 할 수 있는 모든 활동이 메타버스에서도 가능하다. 온라인으로 제공할 수 있는 서비스는 무궁무진하다. 새 시대의 경쟁력은 바로 실력과 팬덤. 사람들에게 선택받을만한 콘텐츠와 공감 능력이 있다면 누구나 성공할 수 있다. 그러나 메타버스 세계에서도 인간의 탐욕과 범죄는 그대로 재현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최재붕 교수는 메타버스 세계에서도 중요하게 지켜야 할 가치 중 하나로 ‘휴머니티’를 꼽았다.

“메타버스도 우리 사회와 마찬가지로 좋은 점과 나쁜 점이 존재합니다. 디지털 신대륙에서도 휴머니티, 즉 인간다움이 필요합니다. 메타버스에서도 나쁜 행동을 한 사람에겐 냉정한 감시자가 필요합니다. 선한 영향을 끼치는 사람에겐 열렬한 응원자가 따를 겁니다. 날카로운 시선과 따뜻한 마음이 디지털 사회를 안전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무작정 두려워만 하지 말고 메타버스에선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NFT(대체 불가능한 토큰) 경제는 어떻게 굴러가는 것인지 공부해보세요. 생각의 기준이 바뀌는 순간 새로운 세상이 열릴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