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월드ON

새로운 가상 공간, 메타버스가 우리가 사는 또 하나의 공간으로 자리 잡으면서 메타버스를 무대로 창작 활동을 벌이는 ‘메타버스 크리에이터’가 등장했다. 이미 네이버제트의 메타버스 플랫폼 ‘제페토’에만 250만 명 이상의 메타버스 크리에이터가 활동하고 있다. 하지만 김소정 씨가 처음 활동하기 시작한 2020년만 해도 메타버스 크리에이터는 무척 낯선 직업이었다.
“2020년 4월 아바타 의상과 3D 월드를 자기 의도대로 만들 수 있는 제페토 스튜디오 서비스가 출시됐어요. 사용자들이 직접 아이템을 제작할 수 있는 기능이 생기면서 많은 크리에이터가 활동하기 시작했죠. 크리에이터들이 만든 아이템을 사용해보면서 ‘내가 직접 옷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곧바로 뛰어들었어요.”
하지만 메타버스 크리에이터가 되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메타버스 초창기였던 만큼 관련 정보도 풍부하지 않았고, 조언을 해줄 만한 사람도 없었다. 게다가 대학교에서 산업디자인을 전공하고 있었지만 3D 툴은 한 번도 접해보지 못한 미지의 세계였다. 그때 모다에게 손을 내밀어 준 이가 1세대 메타버스 크리에이터 ‘렌지’다. 이미 메타버스 크리에이터 중에서도 독보적인 활약을 벌이고 있던 렌지는 메타버스 크리에이터 매니지먼트 회사 ‘렌지드’를 설립하고 소속 크리에이터를 찾고 있었다.

“‘이거다’ 싶었어요.(웃음) 렌지드를 알게 되자마자 밤새 아이템 10개를 만들어 제출하고 다음날 합격 통보를 받았죠. 그때부터 판매 전략이나 기술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었고, 제 나름대로 포토샵이나 3D 모델링 등 관련 기술을 더 연구해 효율적인 작업 방식도 찾을 수 있었어요. 1년 반 열심히 활동하다 보니 이제 제가 원하는 형태의 아이템을 출시하면서 더 재미있게 아이템을 만들게 되더라고요.”

모다가 만든 아이돌룩 아이템들

전 세계 2백여 개 국가에서 3억 명의 유저를 확보하고 있는 네이버제트의 ‘제페토’는 얼굴 인식과 증강현실, 3D 기술을 활용해 만든 아바타로 친구를 사귀고 소셜 네트워크 활동을 할 수 있는 메타버스 플랫폼이다. 제페토에서는 아바타가 입을 패션 아이템, 탐험할 수 있는 월드 등을 직접 제작해 사고팔 수 있다. 이를 만드는 사람들이 바로 메타버스 크리에이터다.김소정 씨의 주 무대도 제페토다. 현재 패션 아이템을 디자인해 판매하는 아이템 크리에이터로 활동하는 그의 제페토 계정 팔로워는 무려 21만 4천여 명, 지금까지 만든 아이템은 2천여 개에 이른다. 김소정 씨가 선보이는 다양한 스타일의 아이템 중에서도 판타지 요소가 가미된 여성적인 아이템들은 모다만의 스타일로 인기를 얻고 있다.

“최신 트렌드나 스타일을 참고하지만 나만의 취향과 감각을 담으려고 노력해요. 아이돌의 앨범 콘셉트에서 모티브를 따오기도 하지만 모다만의 스타일로 변신시키는 거죠. 내가 만들 때 즐겁고, 내 아바타가 입어도 만족할 만한 아이템을 즐겁게 만드는 거예요. 그게 제 철학이기도 하고요.”

메타버스 크리에이터 활동은 자신을 변화시키는 계기가 됐다. 패션 스타일은 물론, 과묵했던 성격도 밝게 바뀌었다. 무엇보다 크리에이터라는 일에 자부심을 갖기 시작했다. 쉬쉬하던 크리에이터 활동을 가족과 친구들에게 당당하게 밝혔다. 친구들의 응원이 쏟아졌고, 어머니는 직접 메타버스에 뛰어들기까지 했다. “저보다 엄마가 더 메타버스 활동을 재미있게 하세요.(웃음) 말 한마디 안 하던 딸이 메타버스에서 옷도 만들고 돈도 번다고 하니 과연 어떤 일인지 알아보려고 시작하신 것 같아요. 제가 그 안에서 재미있게 활동하는 걸 보시면서 하나의 직업으로 인정해주시더라고요.”
변화는 이뿐만이 아니었다. 메타버스를 통해 전 세계의 친구들과 교류하게 되었다. 최근에는 태국 친구에게 웨딩드레스를 만들어주기도 했다.
“메타버스에서 결혼식을 올리는데 웨딩드레스를 만들어줄 수 있냐고 하더라고요. 곧바로 웨딩드레스를 만들었고, 결혼식에도 참석했어요. 친구가 다른 사람들에게 ‘모다가 만들어줬다’며 엄청 자랑하더라고요. 늘 불특정 다수를 위한 아이템을 만들어 오다가 소중한 사람을 위한 아이템을 만들었다는 것만으로도 크리에이터가 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모다가 만든 아바타 캐릭터 이미지

김소정 씨는 렌지드에서 메타버스 크리에이터 매니저로도 활동하고 있다. 메타버스 크리에이터가 늘어나 이들이 즐겁게 활동함으로써 양질의 콘텐츠가 많이 만들어지고, 이로 인해 메타버스 세상이 더 성장하길 바라기 때문이다.
최근 메타버스 크리에이터를 꿈꾸는 청소년들에게 ‘어떻게 해야 크리에이터가 될 수 있냐’는 질문을 많이 받는다는 그는 우선 어떤 분야의 크리에이터가 되고 싶은지 고민하라고 조언했다. 현재 메타버스 크리에이터는 아이템 크리에이터, 월드맵 크리에이터, 제페토 피드 콘텐츠 활동을 주로 하는 인플루언서 등으로 나뉜다.

“저처럼 아이템을 제작하고 싶다면 3D 모델링을 공부하면 좋고, 월드맵 크리에이터는 공간을 다루는 디자인 툴을 배우면 좋아요. 하지만 기술이 전부는 아니에요. 최근엔 그래픽 소프트웨어가 발달해서 이제 기술적인 부분은 누구든지 금세 익힐 수 있어요. 최신 트렌드와 사용자의 니즈를 발견하는 센스, 열정과 성실함이 더욱 중요하죠. 무엇보다 메타버스 세상에서 내가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공유하고 싶은 가치가 무엇인지, 그것을 어떻게 하면 매력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지 고민해야 해요.”

모다만의 색깔이 담긴 아이템으로 사용자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싶다는 김소정 씨는 앞으로도 메타버스 크리에이터로, 또 메타버스 크리에이터 매니저로 활발하게 활동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무슨 일이든 시작은 힘들어요. 메타버스 크리에이터가 되고 싶다면 내가 만들어가는 그 과정 속의 즐거움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어떤 아이템이든 구매해주는 사람이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가치 있는 활동이니까요. 자신이 하는 일을 즐기면서, 또 소통하고 배우면서 나만의 가치와 매력을 만들어가는 사람이 되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