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 전문가/ 이화여자대학교 최재천 석좌교수

생태적 삶,
선택이 아닌 필수
최재천 교수는 국내 최고 생물학자다. 다양한 동물을 연구한 노력을
인정받아 전 세계 연구진이 참여한 <동물행동학 백과사전>의 편집장을 맡기도 했다.
최근에는 유튜브를 통해 자연과 생태계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다.
그를 만나 생물학자로서 걸어온 길과 환경에 대한 소중한 메시지를 들었다.
인터뷰 김민지, 글 이지혜, 사진 배주영
생태적 삶,
선택이 아닌 필수
최재천 교수는 국내 최고 생물학자다. 다양한 동물을 연구한 노력을
인정받아 전 세계 연구진이 참여한 <동물행동학 백과사전>의 편집장을 맡기도 했다.
최근에는 유튜브를 통해 자연과 생태계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다.
그를 만나 생물학자로서 걸어온 길과 환경에 대한 소중한 메시지를 들었다.

인터뷰 김민지, 글 이지혜, 사진 배주영

“결국 학생들이
나를 만들어준 셈이죠”

서울대학교 동물학과 졸업 후 펜실베이니아대학교 석사, 하버드대학교 박사 학위를 받은 국내 최고 동물 생태 연구자 최재천 교수는 자신이 걸어온 길을 이렇게 한마디로 정리했다. 동물행동학, 사회생물학의 최고 권위자인 최재천 교수는 이화여자대학교 에코과학부 석좌교수이자 생명다양성재단 대표, 약 35만 명의 구독자를 보유한 유튜버이기도 하다. 이 화려한 타이틀 뒤엔 1994년 하버드대학교와 미시간대학교 교수 생활을 접고 한국으로 돌아와 쌓은 고된 노력이 있다.

최재천 교수가 총괄 편집장을 맡은 <동물행동학 백과사전>

다양한 동물을 연구한 덕분에 <동물행동학 백과사전>
총괄 편집장으로

“미국에서 돌아와 서울대학교 교수로 재직했는데 정말 많은 학생들이 나를 찾아왔어요. 오는 학생마다 ‘코끼리를 연구하고 싶다’, ‘돌고래 연구를 하고 싶다’ 등 바람이 제각각이더군요. 그때까지 나도 아직 아프리카를 못 가봤거든요. 처음에는 열악한 연구 환경 때문에 이 핑계 저 핑계 대며 학생들을 돌려보냈어요. 하지만 찾아오는 학생은 줄지 않았어요. 결국 고민 끝에 제 연구를 다 접고 학생들이 하고 싶은 연구를 도와주기로 했어요. 그렇게 시작했는데 어느새 제 연구실에서 연구하고 있는 동물 수가 열 가지는 되더군요. 진짜 말도 안 되는 일이었죠.”

그의 연구실에서 연구한 동물의 수는 동물원을 연상시킬 만큼 많았고, 학회에 나가면 그를 ‘동물원장’이라며 놀리는 동료들도 있었다. 일반적으로 생태학자는 평생 한 동물만 연구하지만, 그는 달랐다. 하지만 그는 이런 과정이 없었다면 지금의 자신도 없었을 것이라 믿는다.

“어느 날 말도 안 되는 일이 벌어졌죠. 2019년 세계 각국 600여 명의 동물행동학자가 달려들어 네 권의 <동물행동학 백과사전> 개정판을 만들게 됐는데 저에게 총괄 편집장을 시키더라고요. 몇몇 학자가 ‘최재천 교수가 아니면 누가 총괄을 할 수 있느냐’라며 저를 추천했다고 하더군요. 모국어가 아닌 책의 총괄 편집장을 한국인인 제가 한다는 것이 믿기지 않았지만, 현실이 되었죠.”

최재천 교수가 총괄 편집장을 맡은 <동물행동학 백과사전>

도서, 강연, 유튜브로
대중과 소통하는 과학자

최재천 교수의 활동은 동물 생태 연구에 국한되지 않는다. 도서, 강연, 방송 출연 등을 통해 대중에게 생명 다양성의 중요성, 그리고 동물과 인간, 자연 간의 올바른 관계를 알리기 위해 노력한다. 1년 8개월 전부터는 ‘최재천의 아마존'이라는 유튜브 채널을 개설하여 운영 중이다. 과학자가 직접 대중과 소통하기 위해 애쓰는 이유는 무엇일까?

“현대 사회에서 과학 없이 사는 건 불가능한데, 여전히 많은 사람이 과학의 중요성을 몰라요. 끊임없이 누군가에게 ‘과학은 중요하다’, ‘과학이 없으면 일상을 영위하는 게 불가능하다’고 말해야 하거든요. 나는 과학자로서 이런 중요성을 말해야 하는 숙명을 가졌어요. 어차피 강연이나 집필을 꾸준히 하니까요. 그런 의미에서 제가 과학의 중요성을 알려야 한다면 유튜브를 통해 말하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코로나19로 깨닫게 된
기후위기의 심각성

기후변화와 환경 문제에 무관심했던 대중을 변화시킨 것은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이었다. 최재천 교수가 방문한 강연장에서도 2020년 이후 꼭 한두 명씩 "코로나19가 기후변화와 상관이 있느냐"라는 질문을 했다. 그는 지금이 대중에게 기후위기와 생물 다양성 파괴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경각심을 줄 수 있는 때라고 여겼다.

“과학은 수많은 증거가 쌓이고 쌓여서 패러다임이 되는 것이죠. 아직 코로나19 팬데믹은 진행 중이고 그 원인에 대해 조사 중이기 때문에 ”코로나19의 원인은 기후변화“라고 콕 집어 말할 수는 없어요. 그러나 기후변화로 인한 박쥐의 서식지 변화가 코로나19 바이러스의 확산에 영향을 끼쳤다고 할 수 있어요.”

최재천 교수의 이런 주장은 지난 5월 영국 케임브리지대학교 연구진이 발표한 논문의 내용과도 유사하다. 논문에 발표된 박쥐 분포 변화 데이터에 따르면 온대 지방에 새로운 박쥐의 거점 지역이 생겼는데 그중 가장 ‘핫스팟’이 중국 남부 지역이었다. 결국 그의 주장은 더욱 신뢰를 얻게 되었다.

생태 전환 교육을 위해
가정과 학교가
나서야 할 때

기후 위기나 환경오염, 생태계 파괴는 거대하고 심각한 주제다. 이를 해결하려면 무엇부터 어떻게 해나가야 할지 몰라 비탄에 잠길 수도 있는 문제다. 한 연구에서는 인류가 완전한 ‘탄소제로’를 실행한다고 해도 앞으로 20년~30년간 기후변화는 그대로 이어질 것이라는 결과도 있다. 맥 빠지는 예언이다.

“그렇다고 우리는 기후변화를 막는 것을 포기해야 할까요? 어차피 불가능한 것이라 생각하고 막 살아야 할까요? 당연히 아니죠. 에베레스트 인근에서 40년 동안 살던 남성이 한 말이 있어요. ‘코로나19가 터지자 살면서 처음으로 에베레스트가 보였다’고요. 자연은 어쩌면 우리가 알고 있는 것보다 회복력이 훨씬 강할지도 모릅니다. 우리가 기후변화를 막기 위해 하는 여러 일이 영향을 미치기 시작하면, 자연은 우리의 기대보다 훨씬 빨리 제 모습을 보여줄지도 몰라요. 그 희망을 절대로 놓아서는 안 돼요.”

최재천 교수는 최근 신간 <최재천의 공부>를 세상에 내놓았다. 그의 우스갯말을 빌리자면 “살면서 낸 책 중 처음으로 잘 팔리는 책”이다. 어쩌면 어떤 학부모는 이 책에서 ‘입시 비법’을 기대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가 정말 하고자 하는 말은 따로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학교가 아이들에게 환경과 기후변화, 생태계에 대해 가르치지 않는 것은 직무 유기나 마찬가지예요. 우린 더 이상 물러설 데가 없어요. 이제는 환경 문제에 대해 가르치고 배우고 함께 토론하며 이 문제를 해결해나가야 해요. 미래 세대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포기할 수 없어요. 지난 정부에서 생태 전환 교육에 관한 관심으로 예산이 책정되긴 했지만, 교육청들은 그걸 어떻게 써야 할지 몰라요. 저에게 많은 문의가 오죠.”

그럴 때마다 최재천 교수는 “미래를 대비하며 환경 교육의 내용과 방법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라고 주장한다. 최근엔 학교 현장에서 생태감수성을 길러주기 위한 수업을 시도하고 있지만 다양한 환경 교육 프로그램 개발과 환경 교사 양성은 아직 부족하기 때문이다. 전국에 20여 명뿐인 환경 교사를 대폭 늘리고, 각 학교 교사 중 한 명을 환경 교사로 지정해 예산을 지원하고 아이들과 자유롭게 생태 학습을 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최재천 교수의 바람이다.

“아이들이 생명 다양성을
느낄 수 있게 해주세요”

이처럼 최재천 교수는 끊임없이 교육이 진지한 고민을 통해 교사 양성 프로그램이나 교구를 만들어 아이들의 생태 전환 교육에 힘써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는 그중에서도 ‘운동장의 생태공원화’를 적극적으로 제안한다. 실제로 스페인에는 생태공원 운동장 학교 20곳의 학생들과 일반 운동장 학교 20곳의 학생들을 비교한 연구가 있다. 연구에 따르면 생태공원화된 운동장을 이용한 학생들의 IQ가 1년 동안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수준까지 상승했다고 한다.

“이 연구가 참 재미있어요. 학부모님들은 우리 아이들의 감성보다는 지성에 좋은 것에 움직이죠. 그런데 이 연구는 생태공원 운동장이 아이들의 지성 발달에 도움을 준다고 말하고 있거든요. 당연한 이야기예요. 선과 벽으로만 이루어진 공간과 숲 공간 중 어떤 환경에서 자란 아이들의 창의성이 더 좋겠어요? 당연히 숲이죠. 저도 이와 관련된 실험을 준비하고 있어요.”

최재천 교수는 마지막으로 학부모들에게도 당부의 말을 남겼다. 미래 사회를 살아갈 아이들에게 가장 필요한 덕목이 생태감수성인데, 이를 위한 가르침은 가정에서부터 시작되기 때문이다. 그는 학부모에게 자녀의 국영수 공부에만 신경쓰지 말고 아이가 자연과 자신과의 관계를 올바르게 맺을 수 있도록 다양한 활동을 제공해주라고 권했다.

"산과 숲, 바다로 나가 함께 시간을 보내세요. 숲에 사는 동식물들을 만날 수 있게 해주세요. 제주도 바다에 가서 수족관에서 풀려난 돌고래들이 뛰어노는 것을 보여주세요. 어릴 때부터 자연을 접한 아이들은 어른이 돼서도 자연과 생명의 소중함을 잊지 않습니다. 그것이 우리에게 더 나은 미래를 선물해 줄 거예요“

최재천 교수가
학생들에게 전하는 편지

“한국잡월드에 가면 다양한 직업이 소개되어 있습니다. 여러분은 부모님이 원하는 체험실보다는 다른 체험실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을 가능성이 높아요. 그렇죠? 그것이 무슨 뜻이냐면, 여러분들은 이미 여러분이 해야 할 일이 뭔지 안다는 거예요. 부모님이 아직 모르는 것뿐이지요. 여러분이 하고 싶은 것을 하세요. 그리고 부모님을 설득하세요. 부모님은 결국 여러분의 설득에 넘어올 겁니다. 무조건 내가 행복해지는 일을 하세요.

여러분의 형, 언니, 누나, 오빠들은 이미 환경에 대해 부모 세대와 다른 감수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환경에 해를 끼치는 일에 경고장을 날리는 세대가 만들어지고 있다는 뜻이죠. 같은 의미로 저는 여러분에게 거는 기대가 참 큽니다. 환경에 대한 공부를 소홀히 하지 마세요. 책을 읽고 다큐멘터리를 보고 주변의 자연을 관찰하세요. 아름다운 자연에서 내 삶을 만끽하겠다는 꿈을 우리 함께 꿔봐요. 그래야 삶이 행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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