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월드ON

만들면서 나를 표현해 보아요

우리 가족이 첫 번째로 도전해 보기로 한 것은 스케이트보드 디자인이에요. 초등 5학년 딸이 새로운 취미로 스케이트 보딩을 배우는 중인데 연습용 첫 보드만큼은 아빠가 함께 만들어주려고요. 전문 스케이터라면 취향에 따라 데크와 트럭, 휠을 직접 선택, 조립하는 커스텀 보드를 제작하겠지만 우리 가족은 입문용으로 컴플릿 보드를 디자인할 수 있는 메카이브 체험을 선택했어요. 4층 인포데스크에서 기본 데크와 락커를 구입해서 채색실로 이동, 보호 장구를 착용한 후 체험을 시작했어요. 페이스메이커의 지도 아래 딸이 좋아하는 하늘색 컬러로 데크 상판을 채색하고 이니셜을 써넣기로 했어요. 데크를 원하는 색상으로 칠하기 위해서는 몇 번의 덧칠을 하고 말리는 과정을 반복해야 했는데요, 말리는 시간 틈틈이 데크에 어떤 크기와 색상으로 이니셜을 써넣어야 할지 고민했어요. 아빠도 아이도 락커를 처음 사용해 본 터라 마음먹은 대로 분사되지 않을 땐 당황스러웠지요. 급히 말리다 보니 이니셜이 번져 기대한 대로 표현되지 않을 때엔 실망스럽기도 했어요.

직접 만든다는 것은 시간과 노력을 요하잖아요. 솜씨가 서투른 사람이라면 완성도도 기대에 미치지 못할 수 있어요. 그러나 만들기를 하다 보면 나를 표현하고자 하는 욕구가 생겨요. 아이는 자신이 좋아하는 컬러는 무엇인지, 무얼 그리고 싶은지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고, 상상한 대로 표현하기 위한 방법을 끊임없이 고민해야 했어요. 스케이트보드를 유심히 관찰하며 공장에서, 혹은 누군가의 손에서 스케이트보드가 만들어진 과정을 가늠해 보기도 했어요. 무엇보다 이것을 타고 공원을 누빌 자신의 모습을 떠올리며 만들기 내내 즐거워했답니다. 스케이트보드 판매 매장을 찾아 진열된 상품을 사줬더라면 이런 감정은 느끼지 못했을 거예요.

소프트웨어 체험을 통해
문제 해결 역량을 키워볼까

이번 방문에서는 특별히 소프트웨어 교육 프로그램에도 참여할 기회가 주어졌어요. 최근 교육과정에 소프트웨어 교육이 도입되면서 초등학교에서부터 컴퓨팅 사고력을 길러주는 코딩 교육을 실시하고 있는데 메카이브에서는 DIY 키트를 활용한 소프트웨어 체험이 가능해요.
오늘 아들과 함께 체험한 것은 물 부족 알림 스마트 화분 만들기였어요. 컴퓨터를 가지고 놀기 좋아하는 아들의 눈빛이 반짝이죠? 이 장치는 집에서 화초를 키울 때 제때 물을 주지 않아 말라죽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디자인된 거예요. 화분 흙에 토양수분 센서를 매립하여 정기적으로 수분량을 측정하고 그 값을 LED에 표시해 줘요. 수분 공급이 필요한 경우 안내해 주는 알람 기능도 있어요. 이 장치를 만들기 위해선 마이크로 컨트롤러인 아두이노를 활용하고 수분량 제어를 위한 코딩 작업을 해야 해요. 아들은 직접 코딩한 소프트웨어로 하드웨어를 제어하면서 큰 재미를 느꼈고 마치 해결사가 된 듯 만들기에 자신감을 얻었답니다.

소프트웨어 교육을 떠올리면 많은 이들이 코딩만 떠올리는데 그보다 중요한 것은 생활 속 문제를 발견하고 그것을 해결하려는 의지에요. 이 체험의 목적도 ‘문제 인식 - 해결 방안 모색 - 하드웨어와 코딩 기술을 접목한 문제 해결’역량을 키우는 것이죠. 우리가 일상에서 사용하는 수많은 기계 장치들은 사람들이 겪는 불편함을 해결하기 위해 만든 것들이지만 아이들은 그것이 왜 필요한지, 어떻게 작동하는지 알지 못해요. 그러나 과학기술이 지배하는 현대 사회에서 우리가 사용하는 기계와 그것의 원리를 이해하는 것은 사회를 이해하는 첫걸음이잖아요. 아들은 이번 체험을 통해 만들기가 과학기술을 만나면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가질 수 있음을 깨달았다고 해요.

함께 만들며 가치를 꿈꾸다

온 가족이 함께 메카이브를 찾은 만큼 마지막 체험으로는 오늘을 기념할 만한 것을 만들기로 했어요. 여러 체험 재료들을 둘러보던 중 우리 가족의 시선을 사로잡은 것은 바로 티셔츠! 전사지를 구매하여 전용 펜으로 이미지를 디자인, 채색하면 그것을 티셔츠에 프린팅 할 수 있어요. 우리 가족은 메카이브 로고를 선택, 아이들이 좋아하는 분홍색과 노란색으로 출력하여 티셔츠를 만들기로 했어요 이렇게 만든 티셔츠를 입고 스튜디오에서 가족사진도 찰칵! 스튜디오에는 카메라와 조명, 배경 스크린까지 마련되어 있어 누구나 메카이브에서 만든 결과물을 사진으로 남기고 가족·친구들과 기념촬영을 할 수 있어요.

이제까지 여러 체험학습을 다녔지만 가족 모두가 함께 체험한 건 처음이었는데 서로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작업을 도와주는 내내 웃음이 끊이질 않았어요. 대단한 결과물을 만들지 않아도 좋아요. 함께 만드는 행위 자체가 의미 있으니까요. 마음속으로 상상하던 것, 앞으로 하고 싶은 일에 대해 터놓고 이야기하면서 아이들의 생각도 엿볼 수 있었어요. 최근 드라마를 보며 유기견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된 딸이 “메카이브에서 애완동물 입양 캠페인을 위한 굿즈를 제작하면 어떨까”아이디어를 내놓았고 아들은 동생을 도와 애완동물 입양을 돕는 앱을 만들어보겠다네요. 어느새 다음 체험을 계획하고 있어요.

만들기는 특별한 사람이 가진 특별한 능력이 아니에요. 누구에게나 내면에 만들고, 바꾸고, 새로운 것을 상상할 수 있는 메이커 본능이 있어요. 단지 그럴 공간과 기회를 접하기 어려워 아이디어를 펼치지 못할 뿐이죠.

메카이브에서는 아이들에게 무엇을 어떻게 만들지 미리 설명하지 않고 재료와 도구부터 건네줘요. 그리고 직접 재료와 도구를 만지면서 무엇을 만들면 좋을지 구상해 보라고 해요. 부모 입장에선 어려워 보이지만 아이들은 재료를 가지고 놀면서 제작을 시작하더라고요. 직관, 상상, 호기심에서 시작, 잠들어 있는 손의 감각을 깨워 ‘실체’를 만드는 과정이 의미 있었어요. 정해진 쓰임과 구조를 벗어나 새로운 가능성을 스스로 찾아내는 과정에서 창의력이 싹튼다고 믿어요. 여러분도 메카이브에서 페이스 메이커들과 함께 첫 만들기 활동을 시작해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