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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 시절, 이공계 학과 중에서도 환경공학 분야를 목표로 공부하던 하은 학생은 교실에서 식물을 키우는 취미를 눈여겨보신 선생님의 추천으로 스마트팜과학과에 진학하게 되었다. 대학 진학 전까지 쭉 시골에서 자랐지만 농업을 전공하게 될 줄은 몰랐다고. 막연히 원예와 농사를 배우는 것이려니 생각했던 학부 공부는 빅데이터까지 다루는 블루오션 분야였다.

“식물을 키우게 된 건 아주 우연이었어요. 학교에 바질 씨앗이 있어서 한번 키워 볼까 하는 생각에 물에 불려 싹을 틔우고 화분에 옮겨 심어 키우다 보니 관심이 생겨서 토마토와 다른 허브들까지 교실 창가에서 키우게 되었거든요. 기숙사 생활을 한 덕분에 하루 종일 식물을 돌볼 수 있었어요. 학교가 작아서 친구들과 함께 다양한 활동을 했는데, 화분에서 바질 잎을 따서 같이 바질 토스트를 만들어 먹고, 직접 기른 토마토 열매를 먹으면서 농작물 키우기에 점점 빠져든 것 같습니다.”

하은 학생은 원래 환경공학과를 목표로 동아리 활동이나 생활기록부를 꼼꼼하게 챙기고 있었다고 한다. 학교 주변 강에서 물을 떠서 pH 농도, 용존산소를 분석하고 강을 정화하는 효과가 있는 EM 흙 공 등을 만들어 던지는 활동을 꾸준히 했다. 또한 환경 동아리를 만들어 학교에서 봉사활동을 하거나 환경과 진로에 관한 보고서 작성 등도 열심히 해오고 있었다. 그러면서 점점 환경보존에 보탬이 되는 실용적인 학문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대입을 위한 학업도 주도적으로 계획하고 실천했다. 하은 학생은 시골에 있는 작은 학교의 기숙사에서 고등학교 시절을 보냈는데 그러다 보니 평일에는 학원을 다닐 수 없었다. 스스로 학업 계획을 세우고 실천하는 태도가 자연스럽게 몸에 배었다. “저는 자제력이 부족한 편이라고 생각하는데, 모두 열심히 공부하는 기숙사 안에 있다 보니 꾸준하게 공부하는 루틴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매일매일 영어 단어 몇 개, 문제집 몇 장은 반드시 풀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지키기 위해 노력했어요. 특히 국어는 문제집 풀이도 중요하지만 최대한 책을 많이 읽었던 게 도움이 되었던 것 같아요. 독서 습관 덕분에 문해력도 좋아지고, 지문을 빨리 읽는 능력도 키울 수 있었어요.”

경희대 스마트팜과학과는 원래 원예생명공학과로 불리던 학과다. 스마트팜은 ICT 기술을 접목해 원격 및 자동으로 최적의 생육 환경을 만드는 농장을 의미한다. 그래서 스마트팜과학과에서는 보통 식물의 생리나 호르몬 같은 원예와 농작물 재배에 대한 공부로 시작해 스마트팜 운영에 필요한 빅데이터와 ICT 기술을 함께 배운다. 학과 특성 때문일까. 스마트팜과학과에는 ‘식물에 진심’인 친구들이 많다. 고등학교 3년 내내 스마트팜 공부만 한 친구도 있고, 식물이 좋아서 다른 과에서 복수 전공으로 스마트팜과학과를 선택한 친구들도 있다. 1학년 때는 보통 화학이나 생물 같은 전공 기초 과목을 공부하고 2학년 때부터 본격적으로 식물을 공부하기 시작한다.

“호르몬, 광합성 등 식물에 대한 관심 분야를 선택해서 자세히 배울 수 있어서 재미있어요. 학과 친구들도 대부분 식물에 열정적이고 관심사도 다양해서 공부가 더 흥미롭더라고요. 저는 호르몬에 관심이 많아요. 스마트팜 관련 기업에서 강연을 오기도 하고, 농장으로 직접 견학을 가기도 하는 등 우리 학과는 실용적인 배움 활동이 많은 편이에요.”

스마트팜과학과를 졸업하면 다양한 진로 선택지를 갖게 된다. 대학원에 진학하기도 하고, 요즘 많이 생기는 스마트팜 관련 신생 기업이나 제약회사, 조경 회사에 취업하기도 한다. 농업은 사양산업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기후변화와 인구문제 등에 대응할 수 있는 미래 산업, 첨단 산업이다. 많이 알려지지 않았을 뿐, 지금 전 세계는 식량부족, 종자전쟁 등 농업을 둘러싼 첨예한 이슈들로 대립하고 있다.

스마트팜이라고 하면 흔히 식물을 자동으로 키우는 설비를 떠올린다. 최근 수직농장, 식물공장 등에 대한 관심 역시 뜨겁다. 밀폐된 공간이나 실내에서 혼자서도 식물을 키울 수 있는 식물 공장은 스마트팜의 한 형태라고 할 수 있다. 정보통신 기술과 사물인터넷 기술의 도입 덕분에 우리는 계절이나 기후에 크게 영향받지 않고 농산물을 생산할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스마트팜은 단순히 눈으로 볼 수 있는 설비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스마트팜 연구자들은 설비 외에도 종자 연구, 호르몬과 영양 분석, 토양 연구 등을 통해 각 식물에 맞는 최적의 환경과 효과를 찾기 위해 노력한다.

“인공지능을 비롯해 결국 모든 학문이 융합되는 것 같아요. 농업이 디지털화되면서 그린랩스나 엔싱 등 스마트팜 컨설팅 회사도 늘어나요. 스마트팜 장비를 직접 설치하고 운용을 돕는 회사도 있고요. 디지털 설비로 농업이 다변화되는 걸 보면서 저도 스마트팜을 열심히 공부하면 앞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참 많겠다는 생각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