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의학자 / 서울대 의대 법의학교실 유성호 교수

저는 죽은 사람의 이야기를
듣는 의사입니다
죽은 사람의 신원을 찾거나 죽음에 담긴 진실을 밝히는 법의학자.
늘 죽음을 대면해야 하기에 힘들 때도 많다.
하지만 서울대 의대 법의학교실 유성호 교수는 죽은 사람이 남기고 싶었던
이야기를 찾아낸다는 사명감으로 오늘도 죽음과 마주한다.
글 배수은, 사진 307스튜디오
저는 죽은 사람의 이야기를
듣는 의사입니다
죽은 사람의 신원을 찾거나 죽음에 담긴 진실을 밝히는 법의학자.
늘 죽음을 대면해야 하기에 힘들 때도 많다.
하지만 서울대 의대 법의학교실 유성호 교수는 죽은 사람이 남기고 싶었던
이야기를 찾아낸다는 사명감으로 오늘도 죽음과 마주한다.

글 배수은, 사진 307스튜디오

●죽음 뒤의 진실을 밝히는 의사●

법의학은 죽은 사람을 부검하거나 DNA 감식 등을 통해 신원을 확인하며 죽음을 둘러싼 진실을 밝혀내는 학문이다. 법의학자는 수사에 필요한 과학적 근거를 제시함으로써 사회정의를 구현하고 인권을 옹호하는 역할을 한다. 법의학 분야는 치아를 통해서 사람을 판별하는 법치의학, 부검과 관련한 법의병리학, DNA 정보를 활용한 유전학, 혈청학, 법의곤충학 등으로 다양하다.

“사람들은 저를 ‘죽어야 만날 수 있는 사람’이라 말하곤 합니다. 같은 의사지만 우리가 병원에서 만나는 의사는 산 사람을 구하는 반면 법의학자는 죽음 뒤의 진실을 밝히는 일을 하거든요.”

범죄 수사를 다룬 외국 영화나 드라마를 보면 법의학자를 ‘의사+수사관’ 혹은 ‘과학자+수사관’으로 묘사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 법의학자에게는 수사권이 없다. 법의학자는 경찰이나 검찰이 수사한 자료에 의학적, 과학적 판단을 제공하는 사람이다.

부검은 법의학자의 일상적인 업무 중 하나다. 억울한 죽음을 맞지 않았는지 확인해 수사에 도움을 주고, 유족에게는 가족의 죽음을 이해하는 열쇠를 제공한다. 수많은 시체를 마주하고 타인의 죽음을 직시하는 일이 힘들진 않을까?

“아이들을 부검할 때 가장 가슴이 아파요. 그리고 경험이 많은 법의학자라도 시체가 많이 부패한 경우에는 사인을 밝혀내기 힘들어 안타까울 때가 많습니다. 고독사도 마찬가지예요. 혼자 살던 사람이 죽어서 오랫동안 발견되지 않거나, 동거인이 있어도 장기간 방치되어 부패가 심한 상태에서 발견되면 정확한 부검을 할 수가 없습니다. 그렇게 되면 자연사인지 타살로 인한 죽음인지 영원히 알 수 없게 되지요."
유성호 교수는 안타까운 죽음을 바라볼 때 생기는 인간적 연민에 가끔 힘들기도 하지만 정의롭고 올바른 일을 한다는 사명감, 죽은 이들의 마지막 이야기를 듣는다는 책임감을 떠올리며 극복해나간다고 말했다.

●전문적인 의학지식에
생명을 존중하는 마음을 더하여●

“제가 의사가 된 건 대단한 사명감이나 계기 때문이라기보단 의사란 직업이 멋져 보이고, 누군가를 돕는 일을 할 수 있겠다는 생각 때문이었어요. 법의학자가 된 것도 비슷해요. 본과 4학년 때 이윤성 교수님의 법의학 강의를 듣고 큰 감명을 받았고 누군가는 꼭 해야 하는 일이라고 생각해서 선택했어요. 나중에 알았습니다. 제가 이윤성 교수님 밑에 10년 만에 들어온 제자였다는 걸요."

지난 1월 한국잡월드에서 법의학자의 직업 세계에 대한 강의를 하는 유성호 교수.

법의학자가 되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의학 전반에 대한 깊은 이해가 필요하다. 가장 먼저 병의 원리와 본질을 연구하는 기초 의학인 ‘병리학’에 대한 전문 지식을 갖춰야 한다. 방대한 의학 지식을 학습하고 탐구하는 끈기와 함께 생명을 존중하고 인간 본성을 깊이 성찰하는 마음도 필요하다. 또한 의학적, 과학적 판단이 흐려지지 않도록 불의에 굴하지 않는 정의로운 마음, 협박과 회유에 맞서는 담대함과 용기도 필요하다. 유성호 교수는 “법의학자는 전문적인 지식과 함께 누구보다 정의로운 마음을 지니고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죽음을 공부해야 하는 이유●

법의학자의 역할은 수사에 도움을 주는 데 그치지 않는다. 유성호 교수는 ‘법의학자는 동시대 죽음의 사회학적인 의미를 파악하고 이를 통해 사회가 요구하는 일을 수행한다’고 믿는다. 한 사람 개인의 죽음이더라도 어떤 죽음은 사회적 파장을 일으킨다. 자살은 개인의 내밀한 결정이기도 하지만 사회적 현상이기도 하다. 사회적 약자의 죽음은 취약한 사회적 안전망을 드러낸다.

유성호 교수는 법의학자라는 직업이 스스로를 성찰하게 만든다고 말했다. 매일 죽음을 마주하다 보니 죽음 또한 인생의 자연스러운 순간으로 받아들이게 되었다는 것. 죽음을 공부하며 역설적으로 하루하루 후회 없이 충실하게 살려고 노력하니 삶의 풍경이 훨씬 다채로워졌다.

“어느 날 제 수업 <죽음의 과학적 이해>를 수강했던 학생에게 이메일을 받았어요. 학생의 아버지가 갑자기 쓰러져 중환자실에 입원하고 끝내 돌아가셨는데, 임종 직전 중환자실에서 수업 내용이 생각났다고 해요. 의식이 없는 아버지께 용기를 내 마지막 인사를 건넸다고 합니다. 죽음의 과정을 이해하면서 아버지의 죽음을 잘 받아들이고 가족 간의 관계를 더 소중하게 생각하게 된 거죠.”

유성호 교수는 이 메일을 받고 큰 감동을 받았다고 한다. 일상적으로 만나는 죽음에 무디어지지 않고 늘 마음을 벼려서 타인의 죽음에 공감할 수 있는 의사가 되고자 다짐한 계기가 되었다고.

●미래의 법의학자
여러분을 기다립니다.●

“법의학자는 인간의 죽음과 관련되어 발생하는 다양한 문제를 과학적으로 분석하고, 원인을 밝혀내는 작업을 합니다. 하지만 우리나라 법의학자의 수는 많지 않고, 법의학자를 필요로 하는 곳은 너무 많기 때문에 대부분의 법의학자들은 정말 바쁘답니다. 외롭지만 가치 있는 일을 한다는 점에서 법의학자는 좋은 직업이라고 생각합니다. 법의학에 관심을 갖는 학생들이 많아졌으면 좋겠어요.”

지난 1월, 한국잡월드에서 열린 강연에서 ‘여러분이 법의학자의 꿈을 키워서 언젠가 저와 함께 일하는 날이 오기를 기다리겠다’고 인사를 전한 유성호 교수. 그의 소망이 이루어져 법의학을 공부하는 많은 학생들이 그의 연구실을 찾는 날을 그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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