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NA 분석으로 숨은 진실을 찾다 잡월드ON

과학수사 연구원 / 국과수
유전자분석과 이소연 연구사

DNA 분석으로 숨은 진실을 찾다: 한국 과학수사의 요람,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서는
수많은 연구원들이 사건의 진실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DNA 분석을 통해 침묵하는 진실을 추적하고 있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법과학부 유전자과 이소연 연구원이
들려주는 과학수사 연구원의 직업 세계.; 글 심우리, 사진 307스튜디오

DNA 분석으로 숨은 진실을 찾다: 한국 과학수사의 요람,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서는
수많은 연구원들이 사건의 진실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DNA 분석을 통해 침묵하는 진실을 추적하고 있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법과학부 유전자과 이소연 연구원이
들려주는 과학수사 연구원의 직업 세계.

글 심우리, 사진 307스튜디오

최근 DNA 분석은 범죄 수사에서 혁혁한 공을 세우고 있다. 화성 연쇄 살인 사건과 구미 3세 여아 사망 사건의 진실을 밝히고, 21년 만에 대전 국민은행 강도 살인 사건의 범인을 찾아낸 것도 DNA 분석기술 덕이다.
이제 유전자 감정 없는 범죄 수사는 상상하기 어렵다. 한 해에 수사 목적으로 이뤄지는 유전자 감정은 약 20만 건에 이르고,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하 국과수) 법과학부 유전자과 소속 연구원은 약 1백 명에 달한다. 국과수 근무 6년 차인 이소연 연구사 역시 유전자과 소속으로 다양한 사건 사고의 증거물을 감정하고 있다.

“얼마 전 대법원에서 원심을 파기한 구미 3세 여아 사망 사건도 제가 감정했어요. 국과수 대구연구소에서 근무할 때였는데, 사회적으로 관심이 높은 사건인 만큼 감정 결과에 대한 부담감이 컸습니다. 유전자 감정 결과가 잘못된 것 아니냐는 의심을 받기도 했는데요, 재판부에서도 DNA 분석 결과를 부정하지는 않았습니다.”

다양한 범죄 수사에 활용되는 DNA 분석

사회적 공분을 일으키는 범죄뿐만 아니라 살인, 성범죄 등의 강력 사건 그리고 재물손괴, 무전취식 등 다양한 사건의 증거물 감정 요청이 유전자과에 들어온다. 이소연 연구원은 감정 의뢰를 받으면 사건 개요부터 꼼꼼히 살펴보면서 본격적으로 업무에 들어간다. 감정물에서 인체 분비물이 묻은 것으로 의심되는 부분을 찾아 DNA를 추출한 후 멀티플렉스 PCR 실험과 모세관 전기 영동을 통해 유전자형을 확인한다. 그 뒤 국과수에서 관리하는 DNA 신원확인정보시스템의 데이터베이스를 검색, 대조하여 경찰에게 감정서를 전달한다.

“DNA 분석을 통해 알 수 있는 정보는 무궁무진합니다. 국과수 유전자과에서는 주로 STR(Short Tandem Repeat, 짧은 반복 서열) 분석, 미토콘드리아 DNA(미토콘드리아 내에 존재하는 DNA) 분석 업무 등을 수행하고, DNA 분석을 통해 개인을 식별하고, 생물 종을 구분하고 있어요. 이를 활용해 범인과 범죄 도구를 특정할 수 있죠. 또한 대구 지하철 화재 참사, 세월호 침몰 사고 같은 대량재난사고 발생 시 DNA 신원 확인을 통해 희생자들의 신원을 확인하기도 합니다. 이 밖에 실종 아동이나 치매 노인, 장애인의 가족을 찾기 위한 신원 확인에도 DNA 분석을 사용하고 있어요.”

사건 사고가 다양한 만큼 ‘황당한’ 증거물도 많이 만난다. 껌이나 빵 조각은 기본, 먹다 남은 음식물이 증거물로 전달되기도 한다. 사람의 대변인지 동물의 대변인지 분석해야 하는 상황에 처할 때도 있다. 그와 반대로 섬뜩하거나 가슴 아픈 증거물도 적지 않다. 특히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범죄 사건이나 성범죄 사건의 증거물을 감정할 때는 몸과 마음의 평정을 유지하기가 힘들다.

“친구들이 ‘뉴스에 나오는 사건을 매일 접해도 괜찮냐’고 물을 때가 많습니다. 저도 마음이 좋지 않아요. 그런데 역설적으로 그런 사건의 감정물을 보면서 어떻게든 피해자의 억울함을 풀어줘야겠다는 사명감이 생기더라고요. 억울한 피해자와 무고한 피의자를 만들지 않는 것이 법과학과 과학수사의 목표이니만큼 열심히 연구하고 실험해서 진범을 찾을 수 있는 감정 결과가 나오면 짜릿함을 느낍니다. 그럴 때면 감정적으로 힘든 부분은 잊을 수 있었어요.”

임상병리를 전공하고 과학수사 연구원의 꿈을 품다

이소연 연구원은 어릴 때부터 누군가를 도울 수 있는 일을 꿈꿨기에 대학 진학 시 임상병리학 전공을 선택했다. 하지만 3학년 때 예비 임상병리사로 실습을 나간 후 진로 고민에 빠졌다. 임상병리사 업무가 기대한 바와 달랐고 자신의 성향과 맞지 않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그러던 중 우연히 국과수에 근무하셨던 교수님의 진로 특강을 듣고 새로운 꿈을 꾸게 되었다.
“‘맞아, 이거야!’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게다가 임상병리학과 학생도 갈 수 있다고 하더라고요. 그때부터 국과수 유전자과로 진로를 설정하고 국과수에 대해 공부했습니다. 국과수에 들어가려면 석사 이상의 학위를 소지해야 해서 대학원에 진학해 법의미생물학 관련 연구로 석사 학위를 받았고, 경력경쟁채용을 통해 국과수에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이소연 연구원처럼 국과수에 소속된 연구원은 모두 행정안전부 소속 연구직 공무원이다. 현재 국과수에는 법의학부, 법과학부, 법공학부 아래 검시과, 법의검사과, 유전자과, 독성학과, 화학과, 안전과, 디지털과, 교통과 8개 과가 설치되어 있다. 또한 국과수는 감정 수요가 증가하면서 지역별 감정 업무를 보다 원활하게 지원하기 위해 전국에 5개 지방 연구소 및 1개 제주출장소를 운영하고 있다.

과학수사 연구원에게 필요한 것은 지식과 사명감

국과수 연구원은 사건 현장에서 직접 단서를 찾거나 수사를 하지는 않는다. 경찰, 국가기관 및 지방자치단체 등에서 증거물을 의뢰하면 이를 분석해 감정결과를 제공하는 것이 국과수의 역할이다.
“사건 현장에 가장 먼저 도착해 감정물을 보존하고 수집하는 등 범죄 현장을 조사하는 기관이 경찰청 과학수사대입니다. 과학수사대는 현장 수집 증거물의 감정을 국과수에 의뢰하지요. 의뢰받은 감정물을 바탕으로 눈에 보이지 않는 범인과 치열하게 싸우면서 작은 증거라도 찾아내려고 노력합니다.”

과학의 힘으로 진실을 밝혀내야 하는 만큼 국과수 연구원에게 전문 지식은 필수다. 하지만 이소연 연구사는 전문 지식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누군가의 인생에 큰 영향을 미치는 사건의 진실을 찾는다는 책임감과 사명감이라 말한다.

“‘국과수’라고 하면 부검만 생각하는 분이 많습니다. 하지만 국과수에서는 부검만 하는 게 아니라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사건 해결을 위해 노력하고있어요. 너무 무섭고 어렵게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과학수사는 수사, 법과학, 프로파일링 등 세부 분야가 나뉘어 있어 자신의 재능과 흥미에 따라진로를 설계하고 준비하면 됩니다.”

이렇게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소속 수백 명의 연구원들은 보다 안전한 사회를 만들기 위한 사명감으로 오늘도 크고 작은 사건, 사고 뒤에 숨겨진 진실을 밝히려 노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