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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정윤 연구원은 학부에서 심리학을 전공하고 석사 과정에선 세부 전공으로 범죄심리학을 선택했다. 현재는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에서 조사연구원으로 재직 중이다. 3월부터는 모교인 경기대학교에서 겸임 교수로 심리학을 강의할 예정이다.

“아버지 직업이 경찰관이었어요. 사건, 사고, 잠복근무, 취조, 자백. 이런 것들이 저에게는 소설이나 드라마에서만 보는 것이 아니라 일상에서 대수롭지 않게 접하게 되는 일이었어요. 추리 소설이나 미국 수사 드라마의 영향도 많이 받은 것 같습니다.”
추리 소설 <셜록 홈스> 시리즈와 미국 수사물 드라마에 심취했던 소년은 이제 범죄심리학자가 되어 범죄자를 만날 수 있는 곳 어디든 달려간다.

심리학과에는 다양한 세부 전공이 있다.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상담심리와 임상심리다. 이 밖에도 산업심리, 인지심리, 범죄심리, 실험심리, 사회심리, 중독심리, 발달심리 등 다양한 전공이 존재한다. 범죄심리학자가 되려면 대학원에 진학해 범죄심리학을 전공해야 한다.
범죄심리학 전공자는 범죄심리 외에도 심리학의 다양한 분야를 공부하게 된다. 범죄자를 대상으로 심리상담, 심리평가를 하려면 상담심리, 임상심리, 통계는 물론이고 정신 장애와 관련된 이상심리학의 임상적 지식이 필수적으로 요구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선 형사 소송의 피고인은 유죄 판정을 받기 전까지 무죄로 추정한다는 ‘무죄 추정의 원칙’을 따르기 때문에 범죄심리학자의 역할이 무척 크다. 물리적 증거 없이 심증만 있는 상황에서 범죄심리학자들의 자료 조사는 유일한 증거가 된다.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범죄심리학이 생소합니다. 그래서 저는 범죄심리학 관련 분야를 더 많이 경험하기 위해 경찰서, 보호관찰소, 교도소 등 범죄심리학자가 활동할 수 있는 모든 곳을 찾아 적극적으로 경험을 쌓고 있습니다.”

홍정윤 연구원은 경기대학교 대학원 범죄심리학과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범죄심리학자와 프로파일러를 같은 직업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이 둘은 다른 직업이다. 프로파일러는 경찰 과학수사계에 배치되어 수사 과정에서 용의자나 피의자를 면담하거나 취조하고, 진술을 분석한다. 그리고 이를 통해 용의자, 피의자의 심리적 특성을 밝혀낸다. 우리나라의 경우 ‘경찰 공무원 범죄분석요원’만 프로파일러로 인정받는다. 범죄심리학은 프로파일링을 포함하는 더 넓은 개념의 학문이다.범죄심리학자는 주로 연구기관이나 대학에서 범죄심리를 연구하고, 수사를 위한 자문 요청이 들어오면 이에 협조한다.

홍정윤 연구원은 끝없는 자료 분석으로 범인의 심리를 파악하고 사건 현장의 진실을 밝히는 것이 범죄심리학자가 하는 일의 묘미라고 생각한다.
”증거가 없는 사건에서 범인의 심리를 분석해 진실을 찾아야 하는 사건이 점점 늘어나고 있습니다. 최근 전 남편의 시체를 토막 내 유기한 고유정 사건이나 계곡에서 피해자가 스스로 죽음에 이르게 만든 이은혜 사건은 피해자나 범죄자의 진술이 유일한 증거인 경우로, 범죄심리학자의 활약이 중요한 사건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범죄는 인류의 시작과 함께 생겨났다는 말이 있을 만큼 사람이 모여 사는 곳에는 범죄가 끊이지 않는다. 범죄심리학에서는 이를 ‘범죄항상설’이라고 한다. 그렇기 때문에 사람을 이해해야 범죄 예방이나 재발 방지도 가능하다. 현재 홍정윤 연구원은 저명한 범죄심리학 교수인 이수정 교수의 지도 아래 검찰청의 지원을 받아 스토킹 범죄자의 위험성 평가 도구를 개발하고 있다.

”외국에는 스토킹 범죄자의 위험성을 평가할 수 있는 심리평가 도구가 존재하지만 국내에는 사이코패스나 성범죄자의 위험성을 평가하는 도구가 있을 뿐입니다. 그마저도 업데이트가 느린 편이지요. 스토킹 범죄는 대부분 친밀한 관계(헤어진 남자친구 등)에서 발생하지만, 현재 국내에는 스토킹 범죄자 대상 위험성평가 도구는 단 하나도 없는 실정입니다. 앞으로 스토킹 범죄자가 피해자의 주거지나 직장에 찾아가 보복 범죄를 하지 못하도록 관리 감독하는 것이 피해자의 목숨을 지키는 중요한 일이 될 것입니다.”

홍정윤 연구원은 범죄심리학자의 직업 세계를 궁금해하는 청소년에게 넷플릭스 드라마를 추천했다.
출처/ 넷플릭스 홈페이지

‘괴물과 싸우는 자는 괴물이 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그대가 심연을 오랫동안 들여다보면 심연도 그대를 들여다볼 것이다.’
매일 수없이 일어나는 사건 현장에서 악의 끝에 있는 사람들을 만나다 보면 인간에 대해 절망할 수도 있다. 그래서 홍정윤 연구원은 사람을 믿는 마음을 잃지 않기 위해 니체의 명언을 항상 염두에 두고 일에 임한다.

홍정윤 연구원은 어릴 때 <셜록 홈스> 소설을 읽으며 범죄심리학자의 꿈을 키웠지만 요즘 청소년에게는 넷플릭스 드라마를 권한다. 프로파일러가 등장하는 드라마
<마인드 헌터>와 <유나 바머>를 보면 범죄심리학자가 하는 일을 쉽고 재미있게 이해할 수 있단다.

범죄심리, 과학수사 관련 직업을 갖고 싶어 하는 청소년들에게 홍정윤 연구원이 가장 자주 하는 말은 ‘굴곡진 삶 앞에 꺾이지 않는 마음을 갖자’는 것이다.
”누군가 나의 미래를 물어보았을 때 직업과 함께 평생 어떤 사람으로 살 것인지 그 꿈을 이야기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인생에서 가고자 하는 방향만 맞으면 속도는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