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월드ON 독자들에게 자기 소개를 부탁드려요.
안녕하세요. 저는 고려대학교 건축학과에서 학생회장을 맡고 있는 21학번 이유나입니다. 어릴 때부터 다른 세계를 보는 것, 그 중에서도 특히
건축물 보는 걸 굉장히 좋아했어요. 이제는 건축학도로
건축가의 꿈을 펼치려 하고 있고요.
언제부터 건축에 관심을 갖게 되었나요?
어릴 적 부모님과 함께 여행을 많이 다녔어요.
여행지에서 눈에 띄는 건축물들을 만났던 순간들이 모여 건축가라는 꿈을 꾸게 해주었습니다. 직접 건축을 해보고 싶다는 열망이 싹텄고, 그 열망을 실현하기 위해 건축학과에 진학했어요.
존경하는, 혹은 좋아하는 건축가는 누구인가요? 어떤 점 때문에 매료되었는지 이유도 들려주세요.
안도 다다오를 존경해요. 자연의 요소를 깔끔하게 잘 이용한다는 점에서 좋아합니다. 작년에 답사를 갔던 ‘뮤지엄 산’을 예로 말씀드릴께요. 건축에서는 물로 이루어진 공간을
수(水)공간이라고 해요. 부지부터 산의 능선을 본따서 만든 점이 인상깊었고, 수공간 , 빛 그리고
안도 다다오의 시그니처나 다름없는 노출 콘크리트까지 잘 조화를 이루었다는 점이 좋았어요.
국내에서는 요즘 방송에서도 왕성하게 활동중이신
유현준 교수님을 좋아해요. 그 분이 쓰신 책은 전부 읽었어요.
건축가 유현준의 시선은 언제 봐도 독특하고 신선해요. 생각할 점을 던져줘요.
건축학과에서는 뭘 배우는지 궁금해요. 세부 전공이 따로 정해져 있나요?
큰 줄기에서는
건축물 설계를 배워요. 그리고 이것이 실제로 세워지기 위해 알아야하는 것들을 배우죠. 건축 재료, 3D 모델링, 건축역사 등을 5년에 걸쳐서 배우게 돼요. 건축학과와 건축공학 아니면 전통건축학과 등으로 세부전공이 정해지는 학교도 있지만 고려대학교의 경우 세부전공은 없어요. 다만
졸업을 하려면 심화전공, 이중전공, 융합전공 중 하나를 이수해야만 해요. 이때 심화전공을 선택하면 건축에 대해 보다 심도있는 공부를 할 수 있고요.
건축학과 입학 전에 생각했던 것과 입학 후 직접 공부하며 배운 느낌은 많이 다를거 같아요. 경험 전과 후가 어떻게 달랐나요?
입학 전에는 건축 설계를 진짜로 한다기보다 건축 시공과 관련한 뭔가 ‘공대스러운’ 수학 물리 등의 과목을 많이 배울 거라 생각했어요. 실제로는 저희 학과는 공대에서 유일하게 교양 물리학이나 미적분을 하지 않는 학과에요. 물론
구조 관련 수업을 할 때 물리학에서 배운 내용이 일부 쓰이긴 하지만 건축학과에서는 그것보다 디자인적인 부분이 더 큰 포션(portion)을 차지한다고 생각해요. 포토샵, 일러스트레이션, 라이노, 트윈모션 등 기본적인 디자인 툴은 잘 다루어야 해요. 타 공대 학과와의 가장 큰 차별점이죠.
건축 공부를 하면서 가장 어려운 점, 그리고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점은 어떤 점인가요?
설계를 하면 교수님께서 ‘디자인 디벨롭(develop)’을 해오라고 하시는데 제겐 그게 정말 어려워요. 평소 우리가 하는 공부와는 너무 다르기 때문이에요. 평소에 하는 공부는 어떤 답이 정해져 있고
그걸 암기하고 적용하는 과정인데
디자인 디벨롭에는 정해진 솔루션이라는 게 없으니까요. 그래서 그 길을 찾아나가는 것이 시간이 가장 오래 걸리고 어려운 부분이라 생각해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점도 그와 연관이 있는데,
레퍼런스를 많이 보고 어떻게 내 디자인에 적용할 수 있을 지를 생각하는 것, 즉 ‘창의력’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창의력이라하면 머리에서 번뜩이며 떠오르는 아이디어 같은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사실은 그렇지 않아요. 결국에는 생각의 기초가
중요해요. 이걸 쟁취하려면 건물을 많이, 아주 많이 보는 것 방법 밖에는 없는 것 같아요.
체험활동이나 독서 등 중·고등학교 시절에 건축학과 진학을 위해 각별히 노력을 기울인 부분이 있다면?
저는 사회적 약자를 도울 수 있는 건축을 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고등학교 때
지리 관련 동아리를 만들어 학교 내에서 장애인 안전 건축 시설물들이 있는지 확인하고 이를 지도로 만드는 동아리 활동을 했어요.그런 활동들이 건축학과에 진학한 후 전공을 더 잘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었던 것 같아요.
건축학과를 지망하는 청소년들에게 꼭 들려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건축 분야는 우리가 아는 설계 이외에도 역사, 도시설계, 환경, 부동산 문제 등과 복잡하게 얽혀 있어요.
본인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찾고 대학에 진학하는 것이 중요해요.
아마도 건축을 하겠다고 하면주변에서 좋지 않은 이야기를 들을 수도 있어요. 연봉이 더 좋은 직업을 찾아보라고 조언하는 사람도 있을 거고요. 주변사람들의 말들이 독자분들에게 공룡처럼 다가올지라도 사실 공룡은 현존하지 않잖아요. 그만큼
건축을 좋아하고 사랑한다면 존재하지 않는 공룡은 신경 쓰지 말고 원하는 바를 꼭 이루었으면 좋겠어요.
앞으로 어떤 꿈을 꾸고 있나요?
어릴 적부터 사회적 약자를 위한 시설, 건물을 디자인하는 게 꿈이었어요. 장애인 시설, 아이들을 위한 학교, 노인을 위한 실버타운 등 많은 것들이 포함될 수 있을 거에요. 또한 메타버스라는 가상공간을 현실공간과 연결시키는 연구도 하고 싶어요. 지금의 획일적인 직각, 사각형 건물에서 탈피해 사용자들이 조금은 더 행복감을 느낄 수 있는 공간을 만들 수 있을 것 같아요.
궁극적으로 ‘행복을 선물하는 건축가’가 되는 게 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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