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를 디자인하는 사람들 / 성우 이선

캐릭터와 공감하며 목소리로 연기해요
뽀로로 성우, 이선을 만나다
‘뽀로로’ 하면 바로 떠오르는 목소리의 주인공, 이선 성우를 만났다.
30여 년 동안 성우로 활약해온 이선 성우는 누구나 성우가 될 수 있으며
성우의 역할은 미디어 환경 변화에 따라 진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터뷰 김민지, 글 김미현, 사진·영상 연스튜디오·조혜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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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릭터와 공감하며 목소리로 연기해요
뽀로로 성우, 이선을 만나다
‘뽀로로’ 하면 바로 떠오르는 목소리의 주인공, 이선 성우를 만났다. 30여 년 동안 성우로 활약해온 이선 성우는 누구나 성우가 될 수 있으며 성우의 역할은 미디어 환경 변화에 따라 진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터뷰 김민지, 글 김미현, 사진·영상 연스튜디오·조혜윤

“연기를 배우면서 깨달았어요. 평생 연기를 하면 행복할 수 있겠다고.”

이선 성우는 중학생 시절, TV 예능 프로그램에 나와 시를 낭송하는 성우를 보고, 성우의 꿈을 꾸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막연히 성우를 따라 시 낭독을 연습했다. 그때는 성우가 정확히 어떤 일을 하는 사람인지 몰랐고, ‘더빙’이라는 작업조차 몰랐다. 직업에 대한 정보가 거의 없던 상태에서 ‘성우가 되려면 연기를 배워야 한다’는 말을 듣고 대학을 방송연예과로 진학하고 본격적으로 연기를 배우기 시작했다. 연기를 배우면서 ‘죽을 때까지 행복할 수 있겠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때는 진로나 직업에 대한 정보가 많이 부족했어요. 요즘은 진로에 대한 고민을 일찍 하는데 저는 대학 이후에 한 셈이죠. 요즘은 청소년이 다양한 정보를 접할 수 있으니 어릴 때부터 다양한 경험을 하고, 고민해 보면 좋겠네요.”

이선 성우가 방송연예과를 졸업할 때 대형 공개 채용이 기다리고 있었다. KBS 성우 시험이었다. 연기 훈련을 하려면 큰 공채가 주는 긴장을 이기는 경험도 도움이 될 것 같아 시험을 준비했다. 그런데 KBS 성우 공채에 덜컥 합격하면서 오늘날 뽀로로 성우 이선이 있게 됐다.
작품의 대본과 영상을 받으면 성우는 영상을 틀어놓고 입을 맞추며 연기 연습을 한다. 화면 속 배역의 입과 성우의 입이 딱 맞아떨어지는 것이 포인트. 개인 연습이 끝나면 현장에서 바로 녹음에 들어간다. 처음에는 음성을 조율하는 과정을 거친다. 이렇게 연기 연습과 녹음을 계속 반복하는 것이 성우의 일이다.

다양한 목소리 연기를 위한 공감 능력이 중요

이선 성우는 다양한 캐릭터와 연령대를 소화해 ‘광역계 성우’라는 별칭도 가지고 있다. 목소리 연기는 장르별로 달라진다. 다양한 목소리를 연기하는 그녀는 이렇게 말한다.

“영화 더빙은 사람 목소리를 연기하기 때문에 수월한 편이에요. 원래 제가 가진 소리로 연기하는 경우가 많아요. 그런데 애니메이션은 달라요. 뽀로로만 해도 평소 제 음성과는 완전히 다른 목소리잖아요? 뽀로로 음성을 내려면 성대를 꽉 좁히고 고음을 내야 합니다. 연기도 과장되게 해야 하고요. 그래서 소리를 계속 지르는 장면이 더빙할 때는 목이 혹사당하기도 해요.”

이선 성우는 뽀로로 성우로 활동하면서 오랫동안 사랑받고 있다. 인터뷰 전 미리 한국잡월드 청소년체험관 녹음 스튜디오를 둘러본 그녀는 깜짝 놀랐다.

“아이들이 애니메이션 화면을 보고 직접 더빙을 하더라고요. 만감이 교차한 순간이었습니다. 누군가 성우가 되고 싶어 한다는 사실에, 성우라는 직업에 관심이 있어 체험하러 온 것에 고마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체험이 끝나고 난 뒤 제가 뽀로로 성우라고 소개했는데 아이들이 너무 좋아했어요. 저도 신이 나서 함께 사진도 찍고 뽀로로 음성 녹음을 해주기도 했죠.”

성우가 되려면 꾀꼬리 같은 목소리가 필수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그녀는 꼭 신체적인 능력을 타고나지 않았더라도 누구나 노력하고 훈련하면 성우가 될 수 있다고 말한다. 자연스러운 발음을 하기 어려운 신체 구조를 가졌거나 지나치게 냉철하고 이성적인 성향을 가져 감정을 절제하는 사람을 제외하고 말이다.

“성우는 목소리로 감정을 표현하는 음성 연기자잖아요. 혼자 기쁘고 슬프다는 감정을 표현하는 게 아니라 상대방과의 소통에서 발생하는 공감, 교감을 필요로 하는 직업입니다. 탁성, 미성 등 성우들의 목소리는 참 다양합니다. 발성과 호흡법 훈련을 통해 자신이 가진 음성을 잘 가꾼다면 누구나 성우에 도전할 수 있습니다.”

급변하는 매체 환경, 진화하는 성우의 역할

미디어 환경이 급변하고 있는 현재, 비디오 플랫폼이 주목받으면서 성우의 활동 영역이 축소된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녀는 이를 어떻게 생각할까?

“저는 라디오 드라마를 듣거나 성우가 더빙하는 <주말의 명화>, <토요 명화>를 보면서 자란 세대지만 시대의 흐름을 이길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다행히 라디오드라마는 공영방송에서 명맥을 유지하고 있죠. 또한 넷플릭스 같은 OTT 플랫폼이 생기면서 고전 외화나 새로운 시리즈물에는 한국어 더빙을 통해 여전히 성우의 음성이 들어갑니다.”

최근 MZ 세대 사이에서 떠오르는 ‘오디오 웹툰’은 인기가 검증된 웹툰을 바탕으로 성우들의 연기 외에도 책장을 넘기는 소리 등 다양한 효과음과 배경 음악을 추가해 듣는 이들의 상상력을 자극한다.

“오디오 드라마, 오디오 북 같은 장르가 새롭게 생기면서 성우의 영역이 넓어지고 있습니다. 저도 오디오 웹툰 작업에 참여하고 있어요. 인공지능이나 증강현실 게임 캐릭터라든가, 메타버스에서 필요로 하는 음성 등에 성우의 목소리가 들어갑니다. 여전히 성우들은 진화하고 있어요.”

성우를 꿈꾼다면 이렇게 준비해보세요!

01 관찰 노트 쓰기

“제가 연기를 배우던 시절에 2년 내내 했던 습관이 바로 ‘관찰 노트 쓰기’입니다. 지하철, 공원 등 사람들이 있는 모든 곳에서 그들을 관찰하는 거예요. 예를 들면 지하철에서 맞은편에 앉은 사람을 두고 상상을 하는 거죠. 저 사람이 여기에 앉기 전과 후의 이야기를 머릿속에 그려보면서 훈련하는 거죠. 관찰 노트는 각양각색의 사람들이 어떻게 말을 하는지, 직업군에 따라 말하는 습관은 어떤지 세세하게 기록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02 인간에 대한 사랑과 깊은 이해

“친구들이나 가족들과 있을 때 서로에게 오고 가는 좋은 감정, 나쁜 감정 등의 다양한 감정을 관찰하면서 그에 대해 깊이 이해해야 해요. 인간에 대한 깊은 이해와 사랑은 연기를 하고자 하는 사람이 갖춰야 할 기본자세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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