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안한 옷차림으로 기계를 만지던 정재영 부책임은 자신을 한마디로 표현했다. 정재영 부책임은 스마일게이트 엔터테인먼트 크로스파이어 사운드팀 소속으로 글로벌 No.1 FPS 게임 '크로스파이어'의 사운드 디자인을 책임지고 있다. 크로스파이어는 전 세계 80개국 서비스, 10억 명의 유저, 동시 접속자 수 800만 명을 기록할 정도로 놀라운 성과를 이루었고 최근엔 드라마, 테마파크, E 스포츠 대회 등 다양한 콘텐츠로 변주되어 각 분야에서 변함없이 사랑받고 있다. 이 눈부신 성과의 중심에 정재영 게임 사운드 디자이너가 있다.
'크로스파이어' 게임
정재영은 게임을 좋아하던 평범한 소년이었다. 조금 특별한 점이 있었다면 소리에 민감하고 음악을 무척 좋아했다는 것 정도였다. 물체 하나도 무조건 작대기로 두드려보며 소리를 들었다.
하지만 건축학과에서 배우는 공부가 그에겐 너무 낯설었다. 적성에 맞지 않는 날이 반복됐다. ‘이건 내가 배울 게 아니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지배했다. 결국 한 학기도 제대로 다니지 못하고 자퇴를 했다. 반대했던 부모님도 이번엔 그의 결정을 따를 수밖에 없었다. 다시 재수를 선택했다.
그때 그의 눈에 ‘영상음악과’가 들어왔다. 하늘이 ‘이곳’이라고 점지해주는 느낌이었다. 영상에 들어가는 음악, 사운드를 어떻게 만드는지 배우는 곳이라는 설명을 보고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그동안 좋아했던 모든 것과 음악을 결합해 공부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입학 후엔 영상에 어울리는 음악을 작곡하고 녹음하는 실용적인 음악 기술 중심의 커리큘럼을 따라 무척 열심히 공부했다. 효과음이나 사운드 디자인을 따로 배운 적은 없었지만, 애니메이션 학과, 영화학과 친구들을 사귀며 협업을 시작했다. 그때부터 스스로 영상에 맞는 소리를 만들며 사운드 디자인에 눈을 떴다.
정재영 부책임은 대학교 4학년 때 처음 게임 업계에 입사하게 됐다. 마치 정해진 것처럼 자연스러웠다.
첫 회사에서 ‘아발론 온라인’이라는 게임을 처음으로 맡았을 때 그는 혼자 모든 사운드를 만들어야 했다. 사운드 시스템, 효과음, 음악, 음성 녹음까지 모두 직접 진행했다. 무척 고된 작업이었지만 덕분에 많은 것을 빠르게 배울 수 있었다.
게임의 감각은 크게 영상, 소리, 클릭감으로 구성된다. 그 중 소리는 게임이라는 가상 세계를 생생하게 만들어 주는 동시에 플레이어의 감정선을 이끌어 주고 게임에 더욱 몰입할 수 있게 한다. 게임 속 소리로 승패가 갈리기도 하고 고음질 배경음악은 유료로 팔리기도 한다. 소리가 없는 게임은 상상도 할 수 없다. 게임 사운드는 일반적인 영상 콘텐츠의 사운드와 다른 특징을 지닌다. 대부분의 영상 콘텐츠는 화면 진행에 따라 다양한 사운드 요소들을 균형 있게 배치, 믹싱해서 제작한다. 반면 게임에서는 플레이어에 따라 게임 속 상황이 달라지기 때문에 일부 사운드 효과는 플레이의 위치나 상황에 따라 변화해야 한다. 도플러 효과 등을 고려해서 효과음을 제작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사운드가 잘 만들어진 게임이 궁금하다고 하자 정재영 부책임은 ‘젤다의 전설-야생의 숨결’과 ‘로스크아크’를 추천해주었다. “사실적이거나 력 있고 웅장하다고 해서 다 좋은 건 아니예요. 게임의 핵심이 재미인 만큼, 그 재미를 살려주는 사운드가 좋은 사운드인 거죠. 젤다의 전설은 플레이어가 게임 속 미션을 완수할 때마다 사운드의 완성도가 높아지는 방식을 구현, 게임의 재미를 배가 되게 합니다.”
로스트아크에 대한 칭찬도 이어졌다. “로스트아크는 음악이 매우 아름다운 RPG 게임이에요. 스토리나 장면에 적절하게 어울리는 음악을 사용했어요. 얼마 전 로스트아크의 새로운 OST를 듣고 감동했어요.”
정재영 부책임의 추천작 ‘젤다의 전설-야생의 숨결’(닌텐도)과 ‘로스트아크’(스마일게이트 알피지)
게임은 현실감 있는 가상 세계를 추구하는 동시에 최첨단 기술로 만드는 프로그램이기도 하다. 게임 사운드 역시 연출 방법이나 사운드 구현 기술이 고도화되고 있다. 그래서 정재영 부책임은 게임 사운드 디자이너가 되기 위해선 최신 기술을 공부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게임 사운드 디자이너를 꿈꾼다면?
정재영 부책임의 게임 사운드 수업
01모든 소리를 자신의 것으로
소리가 나는 사물의 진짜 소리를 없앤 뒤 새로운 소리를 상상하고 만들어보세요. 하늘 위로 ‘푸드덕’ 날아가는 새의 소리를 ‘삐삐’나 ‘퓨스슥’ 등으로 바꾸는 겁니다. 이런 훈련을 자주 하면 좋아요.
02취미를 전공으로 바꿔보자
게임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은 적어요. 누구나 한 번쯤은 해보죠. 게임 사운드 디자이너가 되고 싶다면 게임을 단순히 즐기는 것으로 끝내지 마세요.집중할수록 사운드가 안 들려요. 의식적으로 사운드에 집중하며 게임을 즐겨보세요. 새로운 게임 사운드의 세계가 펼쳐질 거예요.
03음악 전공이 필수는 아니에요
한국 게임 사운드 디자이너들은 대부분 음악을 전공한 경우가 많지만, 꼭 작곡이나 연주를 할 수 있어야 게임 사운드 디자이너가 될 수 있는 건 아니에요. 기본적인 음향학적 지식, 사운드 녹음, 편집, 믹싱 등의 기술적인 능력과 소리에 대한 창의력이 중요해요. 거기에 추가로 음악적인 창의력이 있으면 더욱 다양한 사운드 디자인을 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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