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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을 넘어 생명권으로
동물권 교육이 만들어낼 모두를 위한 변화
뉴스에 나오는 끔찍한 동물학대는 동물에 대한 몰이해와 무지에서 비롯된다.
청소년들에게 동물권 교육을 어디서부터 시작하고, 어떻게 해야 옳을까?
혼란스러운 학부모들을 위해 동물권행동 단체인 카라 전진경 대표에게
올바른 동물권 교육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글 전진경, 편집 김미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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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을 넘어 생명권으로 동물권 교육이 만들어낼 모두를 위한 변화
뉴스에 나오는 끔찍한 동물학대는 동물에 대한 몰이해와 무지에서 비롯된다. 청소년들에게 동물권 교육을 어디서부터 시작하고, 어떻게 해야 옳을까? 혼란스러운 학부모들을 위해 동물권행동 단체인 카라 전진경 대표에게 올바른 동물권 교육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글 전진경, 편집 김미현 경

입시와 경쟁에 내몰리는 한국의 청소년들은 학교와 학원에서 교과서와 문제집을 풀며 대부분의 시간을 보냅니다. 어쩌다 갖는 여가에도 컴퓨터나 스마트폰을 통해 폭력적 게임이나 자극적인 인터넷 콘텐츠를 접하기 일쑤입니다. 청소년들은 집에서 반려동물을 키우는 경우가 아니라면 동물들을 만날 기회를 갖기 매우 어렵습니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경우에도 돌보거나 함께 놀 시간이 부족하니 그들에 대해 알아갈 기회가 많지 않습니다. 나아가 소나 돼지 같은 농장동물들은 대부분 식탁 위에서 ‘요리’로서만 만나며 도시에서 살아가는 청소년들은 살아있는 야생동물들을 오직 동물원에서 만나거나 TV 뉴스에서 보는 게 전부입니다.

배려와 연민의 마음은 나보다 약한 상대방에 대한 공감과 이해로부터 생겨납니다. 보살피는 과정에서 책임감을 배우게 됩니다. 비단 동물과 인간의 바람직한 관계뿐 아니라 가족 친구 학교 그리고 사회생활에 꼭 필요한 핵심적인 덕목들입니다. 우리는 동물을 이해하려 노력하거나 그들을 보살피면서 어디에서도 얻지 못할 소중한 가치를 자연스럽게 배울 수 있는 것입니다. 따라서 입시와 성적으로 동물과 교감하거나 행동을 관찰할 기회가 거의 없는 청소년들은 인간으로서의 기본 소양을 배양할 기회 일부가 박탈된 상태라 봐도 과언이 아닙니다.

청소년이 동물을 알 수 있는 기회가 부족한 현실

안타깝게도 우리는 뉴스나 온라인 매체를 통해 약자에 대한 혐오와 동물 학대 뉴스를 많이 접합니다. 이렇듯 흉흉한 정보들은 감정적으로나 도덕적으로 아직 미성숙한 청소년들에게 악영향을 미치며 해악은 쉽사리 전파됩니다. 실제로 초등학생이 길고양이 새끼를 괴롭히거나 급식소를 파괴하는 폭력적 행동을 재미 삼아 저지르기도 하며, 단체 카톡방에서 잔인한 동물학대를 아무런 죄의식 없이 저지른 학대자 중 미성년자들이 다수 포함되어 충격을 주기도 했습니다.

1980년대 눈부시게 발전한 동물행동학과 동물권 철학은 동물에 대한 잘못된 태도의 반성을 요구했습니다. 오늘날 영국 등 동물복지 선진국을 중심으로 동물복지와 동물권의 보호는 과학에 근거를 두고 더 빠르게 발전되고 있습니다. 영국 스위스 같은 동물복지 선진국에서는 이제 게나 문어를 산 채로 얼음에 재우거나 끊는 물에 넣으면 학대로 처벌받습니다. 그동안 무지로 인해 동물들을 함부로 잔인하게 취급해 온 행위를 반성하고 법을 강화해 나가는 것이 국제적 동물복지 보호의 추세입니다.

눈부신 경제 발전을 이루고 교육 수준이 높으며 국민소득으로는 선진국 대열에 들어선 우리나라는 어떨까요. 펫숍에서 돈을 주고 사는 개나 고양이, 열악한 공장식 축산의 좁은 케이지에서 살다 식탁에 햄이나 불고기로 올라오는 돼지와 소, 먹을 것이 없어 산에서 내려와 교통사고로 죽어가는 멧돼지, 거리에서 위태롭게 살며 혐오의 대상이 되는 길고양이까지, 사람들은 동물들을 하나의 상품이나 먹을거리 혹은 성가신 존재로 인간의 유불리와 이용 가치에 따라 파악합니다.

동물권 교육의 필요성

동물은 사람처럼 고통을 느끼며 각자의 개성으로 고유한 삶을 살아가는 ‘지각력 있는 존재(sentient beings)입니다. 돌고래, 코끼리 등은 사람처럼 자아가 있는 동물들이며 우리가 모를 뿐 더 많은 동물이 자아를 가지고 있을지 모릅니다. 새끼를 살리기 위해 며칠째 새끼를 머리에 이고 헤엄치는 돌고래, 체중의 절반을 잃을 때까지 알을 부화하기 위해 자리를 떠나지 않는 닭은 사람 부모의 헌신과 크게 다르지 않은 행동을 보여줍니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동물과 인간을 이분􀀁적으로 구분하여 오만한 태도로 동물들에게 군림하고 이용해 온 것입니다.

01

동물학대에 대한 경각심을 가져야 우리 사회를 안전하게 이끄는 도덕적인 구성원으로 자라날 수 있습니다.

02

동물학대는 그 자체로 심각한 폭력행위로서 청소년들이 올바른 가치관을 가질 수 있도록 예방해야 합니다.

03

동물에 대한 이해는 타자에 대한 공감과 연민을 체득하게 하여 한 개인의 삶을 정서적으로 풍요롭게 해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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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력적, 선정적인 매체들이 많아지는 현실에서 청소년들이 책임의식과 더불어 동물에 대한 이해를 통해 사람도 자연의 일부임을 자각하게 하여 겸손함을 일깨워 줍니다.

동물에 대한 학대는 무지와 몰인정이 원인입니다. 우리나라의 법과 제도 사회의식은 동물권과 동물복지에 관한 한 선진국이라 하기 어려운 상태입니다. 우리나라 민법상 동물은 인형이나 책상과 같이 ‘물건’으로 간주합니다. 동물이 사람은 아니니 물건이라는 이야기입니다. 동물 학대를 저질러도 솜방망이 처벌에 그쳐 추가적인 동물 학대 사건을 예방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동물권 교육은 학교에서 모든 교과에 녹아들어 일상적으로 시행되어야 하며, 학습이 아닌 생활 속에서 자연스럽게 선생님이나 친구들과의 토의나 실천을 통해 배울 수 있어야 합니다. 교육전문가와 선생님들은 동물권 교육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실천 방안을 강구해야만 합니다.

학대가 발생한 뒤 행위자를 처벌해도 동물들이 당한 고통은 보상받을 길이 없습니다. 가장 강력하고 효과적인 동물학대 대응은 학대를 예방하고 학대가 발생할 수 없는 사회, 동물을 생명으로 존중하는 게 당연한 사회를 만드는 것입니다. 이러한 근본적인 변화는 광범위한 교육을 통해서만 가능합니다. 학교에서 의무적으로 시행되는 동물권 교육은 바로 우리가 안전하고 정의로운 사회에서 살기 위해 필요합니다.

폭력의 확대를 막고 동물들을 효과적으로 보호하기 위해서는 학대자 처벌 강화와 더불어 모든 시민이 동물의 생명을 존중하는 성숙한 의식을 가져야만 합니다. 학대와 착취를 용인하고 정당화하는 잘못된 사회 시스템을 바꾸지 않고서는 근본적인 변화를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동물학대를 예방하고 동물을 보호하기 위한 근본적인 사회 시스템과 􀀁 제도를 갖추기 위해서는 대다수 시민이 동물권에 대한 인식과 제도와 정책 마련을 위한 노력을 함께해야만 합니다. 이때 청소년 동물 학대 예방교육과 동물생명권 존중을 위한 교육 지원이 우선적으로 고려되고 시행되어야 합니다.

인간은 동물 없이 살 수 없는 동물

지난해 8월 경기도에서는 <경기도교육청 동물 학대 예방교육 및 지원조례>를 제정했고, 인천광역시교육청도 2022년 2월 <인천광역시교육청 동물 학대 예방교육 조례>를 제정, 시행 중에 있습니다. 저희 동물권행동 카라에서도 2022년 5월, 서울시 교육청에 학생 동물 학대 범죄 예방을 위한 대책 마련을 촉구했습니다.

우리들도 동물이며 동물은 그저 ‘인간이 아닌’ 동물입니다. 우리들은 단 하루도 동물들의 도움 없이는 살아갈 수 없습니다. 비록 학교와 학원을 쳇바퀴 돌듯 맴도는 일상이지만 거리에서 하늘에서 그리고 집에서도 우리는 예상과 달리 정말 많은 동물을 만납니다. 그들과 어떤 이야기를 써 내려가는지는 우리들의 선택에 달려있습니다. 동물들은 어제도 오늘도 그들의 자리에서 변함없이 존재하며 사람들의 보다 현명하고 공정한 판단을 요청하고 있습니다.

전진경

동물권행동 카라 대표

전 경기도 동물복지위원회 위원

전 서울특별시 동물복지위원회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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